
2006년 6월 마지막 날, 드디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. 바야흐로 나의 '노마드'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. 그런데 시작이 좋지 않다. 한여름 스페인 메세따의 태양을 30년 동안 한국적(?)인 햇살에만 익숙해져 있던 내 피부가 이겨내질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. 가려움을 동반한 붉은 반점들! 마침 이곳에 연수 차 와 있던 동기와 후배와 도움으로 자리를 잡은 오스딸에서 미리 예약을 해놓은 UCM의 한 기숙사(Colegio mayor)로 짐을 옮긴 후 곧바로 병원을 찾았다. 이곳의 의료체계를 몰라서 주변 사람들이 말해주는 대로 응급실을 찾았다. 오랜 기다림 끝에 문진과 X-선 촬영과 혈액검사 등을 거친 후 담당의사가 내놓은 결론은 햇빛알레르기였다. 처방전을 써주며 약을 사먹고 가급적 태양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란다.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의 노마드 생활은 UCM에서 매년 개설하는 여름학교강좌로부터 출발하였다. UCM의 여름학교, 즉 ECV는 스페인은 물론이고 세계 여러나라의 학생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4주 동안의 전문 강좌 프로그램을 말한다. 그 중에서 내가 들은 것은 "외국어로서의 스페인어 교육(Enseñanza del español como lengua extranjera)"이라는 스페인어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었다. 올해 이 강좌의 수강생은 약 50여 명. 그 중 절반이 스페인 학생들이고, 나머지는 다수의 중남미에서 온 학생들과 나를 비롯하여 미국, 독일, 체코 등 비스페인어 사용국가에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. 아직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도 있었지만, 대부분이 현재 외국인 학생들에게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었다. 그래서인지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고, 교수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하였다. 나 역시 그런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수업에 임하였다. 아직 이곳 생활이 나설어서일까 선뜻 다른 학생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. 결국 4주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10여 명의 학생들과만 통성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. 지금 돌이켜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참 좋은 기회였는데 그렇게 쉽지 그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게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. 다시 또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지. 다음 번에는 이런 후회를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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